시니어를 위한 고급문화는 있는가?
고령사회, 시니어 고급문화가 필요하다
![]() ▲ 전 한성대학교 총장권한 대행 황진수 박사, 현) 한국노인복지정책 연구소장, 본지 논설위원 © |
논리학에서 「○○는 있는가」라는 질문은 긍정적으로 묻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부정적인 결과를 유도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너 철수냐?」라고 물으면, 그 속에는 「너는 철수가 아닌데 왜 철수라고 하느냐」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반대로 「너 철수가 아니냐?」라고 하면, 「너는 철수인데 왜 아니라고 하느냐」라는 긍정적 대답을 요구하는 뜻이 된다.
따라서 「노인을 위한 고급문화는 있는가?」라는 질문은, 당연히 없다는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물론 문화를 고급문화와 저급문화로 구분하는 것 자체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해방 이후 대한민국의 복지정책은 빈곤계층을 비롯한 취약계층을 주요 대상으로 삼아 왔다. 즉 복지수혜자를 국민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노인, 소년소녀가장, 생활이 어려운 여성 등으로 규정하고, 복지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사업을 시행해 왔다.
그러나 이제 대한민국은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넘어 세계 10대 강국, 세계 7대 수출 강국으로 성장했다.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가 되었으며,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두 이룩한 나라가 되었다.
따라서 삶의 경험이 풍부한 노인,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중산층 노인, 건강한 노인을 위한 새로운 복지정책이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 고위 공무원, 군 장교 출신, 교육자, 기업체 CEO, 전문가 집단 등이 은퇴한 후에도 이들을 위한 특별한 여가문화는 많지 않다.
일부 노인은 노인복지관이나 경로당을 이용하고 있지만, 위에서 언급한 계층의 노인을 위한 여가문화는 드문 편이다. 대개 가족 중심의 여가나 몇몇 친지들과의 동호회 활동에 머무르고 있다.
이제는 시니어를 위한 고급문화를 개발하고 시행해야 한다. 예를 들면 휴식과 함께 연극과 예술이 어우러지는 시니어들의 장(場)을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고급문화에는 연극, 영화, 역사 해설, 시사 강의, 정보화 사회 특강, 세계사 특강 등이 포함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 특정 전문 영역까지 확장될 수도 있다.
강사진은 일정한 학식을 갖춘 사람에게 소정의 강사료를 지급하여 초빙하거나, 자원봉사자를 활용할 수도 있다. 또한 공간은 관공서가 토요일에 휴무인 점을 활용하여 강의실을 임대해 사용할 수 있고, 노인복지관, 대한노인회 시설, 대학교 건물 등을 활용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노인을 위한 자격증반, 학점은행제 과정, 교양 교육반 등을 개설할 수도 있다.
독일에는 「스탐티쉬(Stammtisch)」라는 제도가 있다. 독일의 스탐티쉬(Stammtisch)는 말 그대로 “단골 탁자”라는 뜻이다. 독일어 Stamm은 ‘고정된, 단골의’라는 뜻이고, Tisch는 ‘탁자’라는 의미다.
독일에서는 친구, 동료, 지역 주민, 동호회 회원 등이 정해진 요일과 시간에 특정 식당·카페·맥주집의 지정된 테이블에 모여 자유롭게 대화하는 문화를 가리킨다. 특별한 의식이나 공식 회의라기보다, 세상 이야기·정치·취미·마을 소식·개인 이야기를 나누는 생활 속 사교 모임에 가깝다.
시니어 문화 관점에서 보면 스탐티쉬는 큰 의미가 있다. 노인들이 집 안에 고립되지 않고, 익숙한 장소에서 익숙한 사람들과 정기적으로 만나 대화·교류·토론·휴식을 함께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식으로 말하면 단순한 술자리나 동호회를 넘어, 품격 있는 사랑방이자 시민 대화의 장이라고 할 수 있다. 큰 예산들이지 않고 회원들 간에 대화도하고 노래도 할 수 있는 공간의 장이다.
여기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시니어를 계층화하자는 것이 아니다. 이제는 농경사회 중심의 놀이문화 범주에서 벗어나자는 것이다. 이제는 시니어를 위한 고급문화를 포함한 새로운 놀이문화가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