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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할머니의 ‘1평짜리 꽃밭 만들기’ 프로젝트 (2006-09-19)

70대 할머니가 손수 가꾼 1평 남짓한 등산로 주변의 꽃밭이 등산객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대구시 달서구 월성동 학산 등산로에 있는 이 꽃밭은 일흔을 훌쩍 넘긴 박영자 할머니(76)가 3년째 가꾸고 있다. 할머니의 '꽃밭 만들기 프로젝트'는 꽃 한 포기 없던 학산 등산로가 삭막해 보여, 예쁜 꽃이 있으면 주민들이 즐거워할 것 같다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할머니는 그때부터 학산을 오를 때마다 크고 작은 돌을 날랐고, 그 돌로 울타리를 만든 뒤 흙을 고르고 꽃씨를 사다 뿌렸다.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에 돌멩이를 들고 오르기는 결코 녹록지 않았지만 꽃씨도 할머니의 정성을 알았는지 예쁜 자태를 뽐내며 등산객들의 시선을사로잡았다. 



"누가 만들었을까. 참 정성스럽게도 만들었네." 



할머니의 바람대로 1평 남짓한 꽃밭 앞에는 발걸음을 멈추고 꽃 감상에 빠진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만 갔다. 얼마전에는 대구 모대학 사진영상학과 교수가 "할머니의 정성이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며 꽃밭을 사진에 담아 구청에 전달하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 할머니에겐 생각지도 못한 걱정거리가 생겼다. 다같이 보고 즐겨야 할 꽃을 한 두 포기씩 뽑아가는 '얌체 주민'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사람들이 꽃을 보면서 얼마나 좋아하는데…"라며 안타까워한 뒤 "그래도 걸을 수 있을 때까지는 계속 꽃밭을 가꿀 생각"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제휴사/영남일보 심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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